OCTC

Information



home Recent


게시판
제목 [기사] K컬처 덕분에…진격의 ‘K콘택트렌즈’ [스페셜리포트] 작성일 2024-04-12 12:45
첨부파일

1조원.

최근 콘택트렌즈 전문 업체 ‘인터로조’ 매각 협상 과정에서 흘러나온 인터로조 기업가치다. 상장사인 인터로조의 3월 말 기준 시가총액은 3700억원대. M&A 테이블에서 시가(時價)보다 높은 몸값이 거론된다는 것은 그만큼 이 시장 성장 잠재력이 크다는 방증이다. 특히 K팝 아이돌이나 배우들이 다양한 컬러렌즈를 착용한 영상이 곳곳에 노출되면서 K콘택트렌즈를 선호하는 해외 고객 수요가 폭발하고 있다는 점이 눈길 끈다.

왜 K콘택트렌즈일까

K뷰티 타고 해외서 인기

업계에서는 글로벌 콘택트렌즈 시장 규모를 약 13조원으로 추정한다. 그중 디자인과 패턴이 들어간 컬러렌즈 시장은 3조원 규모로 알려져 있다. 국산 콘택트렌즈는 다양한 디자인과 색상을 내세워 국내는 물론, 해외 MZ세대에게도 패션 아이템으로 인기를 끈다.

특히 K뷰티 열풍이 국산 콘택트렌즈에 대한 선호를 더 높였다는 평가다. 한국 콘텐츠를 통해 접하는 K팝 스타나 한국 배우들이 착용하는 의상과 아이템을 향한 외국인 관심이 커지면서 한국산 콘택트렌즈 인기도 자연스럽게 높아졌다는 분석이다. 실제로 한국을 찾는 외국인들은 K뷰티에 엄청난 관심을 보인다. 지난해 올리브영의 외국인 매출이 전년 대비 660% 이상 늘었다는 사실이 대표적인 사례다. 국내 콘택트렌즈 업체들이 뉴진스, 장원영, 아이유 등 내로라하는 K팝 스타들을 메인 모델로 선정한 이유도 이들의 글로벌 인지도 때문이다.

컬러렌즈 유통 플랫폼 윙크컴퍼니의 이승준 대표는 “대한민국은 명실상부한 콘택트렌즈 제조 강국”이라며 “특히 의료기기로서 안정성을 고도화하면서 섬세하게 디자인하고 조색하는 컬러렌즈 제조 부문은 해외 대형 제조·제약사가 갖추지 못한 능력”이라고 설명했다. 이어 “K뷰티가 렌즈와 접목해 국내에서 다양한 시도가 이어지고 있으며 이런 시도가 해외에서도 주목받는 중”이라고 덧붙였다.

코로나19 이후 대외 활동이 늘면서 국산 콘택트렌즈 수출도 날개를 달았다. 한국안광학산업진흥원에 따르면 콘택트렌즈 수출액은 2019년 2억1402만달러에서 2020년 1억7834만달러로 급감했다. 하지만 이후 회복세를 보이며 지난해 2억2767만달러로 팬데믹 직전 수치를 넘어섰다.

특히 일본으로의 수출 증가세가 두드러진다. 2021년 4758만달러였던 일본 콘택트렌즈 수출액은 2022년 5547만달러, 2023년 6600만달러로 최근 3년간 연평균 약 18%의 성장세를 나타낸다. 이는 일본이 미국에 이어 세계에서 두 번째로 큰 콘택트렌즈 시장이라는 점에서 의미가 있다. 일본 콘택트렌즈협회 조사에 따르면 일본 내 콘택트렌즈 시장 규모는 2022년 2824억엔(약 2조5102억원)으로, 약 6000억원으로 추정되는 국내 시장에 비해 4배 이상 크다.

한 콘택트렌즈업계 관계자는 “일반적인 의료용 렌즈 외에도 컬러렌즈 등 다양한 제품에 대한 관심이 높다는 것이 일본 시장의 특징”이라며 “다양한 색상과 컬러를 앞세운 데다 교정 능력까지 갖춘 기능성 렌즈에 대한 관심이 모아지며 국산 업체들이 일본에서 선전하고 있는 것으로 파악된다”고 말했다.

스타비젼이 운영하는 오렌즈의 메인 모델 뉴진스. 오렌즈는 ‘뉴진스와 함께 하는 24SS 브랜드 캠페인’을 선보였다(좌). ‘장원영 렌즈’로 잘 알려진 하파크리스틴의 제품 이미지(우). (오렌즈, 하파크리스틴 제공)
어떤 업체 잘나가나

스타비젼·인터로조 주도

스타비젼과 인터로조 두 회사가 국내 콘택트렌즈 산업을 주도하는 가운데, 중소형 업체들이 최근 조금씩 두각을 나타내는 모양새다.

스타비젼은 안경사 출신 박상진 대표가 창업한 회사. 코로나19 여파에도 불구, 꾸준히 실적 상승세를 보이고 있다. 스타비젼은 2021년 매출액 907억원, 영업이익 225억원대로 ‘영업이익 강소기업’이었다. 2년이 지난 후 매출액은 1338억원, 영업이익 509억원으로 껑충 뛰었다. 특히 해외 매출 비중이 32%대에서 47%대로 뛰어올랐다는 점이 눈길을 끈다.

그동안 미국, 동남아 일변도 수출이었던 것을 2022년부터는 일본 시장을 공략하면서 빠르게 시장점유율을 높여나갔다. 현지 최대 할인점인 돈키호테 200여곳에 자사 브랜드 ‘오렌즈’를 입점시킨 스타비젼은 일본 진출 2년 만인 지난해 일본에서만 약 100억원 규모의 매출액을 기록했다.

‘맞수’ 인터로조도 만만찮다. 종합무역상사 출신 노시철 대표가 2000년에 설립한 콘택트렌즈 전문 제조 판매 회사로 지난해 연결 기준 매출액 1207억원, 영업이익 196억원을 기록한 알짜 회사다.

인터로조의 경쟁력은 튼튼한 연구개발(R&D) 능력이 꼽힌다. 물질·광학·디자인·중합공법 등을 연구하는 수십 명의 석·박사급 연구원이 근무한다. 이 같은 R&D 능력에 힘입어 신제품 개발 능력이 글로벌 상위 업체에 뒤떨어지지 않는다는 평가다. 인터로조 역시 자체 브랜드 ‘클라렌’을 밀고 있는 가운데 주문자상표부착생산(OEM)과 제조자개발생산(ODM) 방식으로 전 세계 60여개국에 제품도 수출하고 있다.

이들 2개 업체 외에 서서히 두각을 드러내는 후발 주자도 눈에 띈다. 최근 미국에 진출한 피피비스튜디오스가 대표적이다. ‘장원영 렌즈’로 불리는 컬러렌즈 브랜드 하파크리스틴을 운영하는 피피비스튜디오스는 지난해 로스앤젤레스(LA) 멜로즈 애비뉴에 있는 약 90평 규모 단독 건물에 상설 매장을 열었다. 수백 명의 현지 인플루언서들이 렌즈를 체험해보기 위해 줄을 섰다는 전언이다. 기존에 없던 다양한 색상과 디자인을 적용해 현지 소비자 관심을 모았다. 피피비스튜디오스의 또 다른 브랜드 ‘츄렌즈’ 역시 일본에서 반응이 뜨겁다. 최근 일본 도쿄 신주쿠에서 사흘간 단독 플래그십 스토어를 열기도 했다.

피피비스튜디오스는 자회사 윙크컴퍼니를 통해 뷰티렌즈 플랫폼 사업도 펼친다. 윙크컴퍼니는 약 1500개 지역 소상공인 안경원과 상생하며 국내 렌즈 유통 환경을 혁신하고자 설립된 회사다. 지난 2022년 3월 앱 론칭 후 2년간 다운로드 100만건, 월간 활성 이용자 수(MAU) 16만명, 월 거래액 15억원 등의 성과를 올렸다. 최근에는 ‘윙크 렌즈스토어’라는 오프라인 매장도 선보였다.

클라렌 제조사 인터로조 사옥 전경. (인터로조 제공)
기업가치도 쑥

인터로조 몸값 1조 거론

무엇보다 K콘택트렌즈 업체가 IB업계에서 주목받는 이유는 예전과 달라진 몸값 때문이다. 해외 시장점유율 1.5%대의 인터로조가 M&A 제안 금액으로 1조원을 제시받았다는 후문. 상장사라 바로바로 시가총액을 통해 기업가치를 확인할 수 있는데 3월 말 기준 인터로조의 시가총액은 3700억원대를 오르내리는 수준이었다. 그럼에도 향후 성장성과 경영권 프리미엄 등을 감안해 시총의 3배 이상 몸값을 갖고 협상 테이블에 앉을 수 있었다는 것은 그만큼 투자 시장에서 콘택트렌즈, 특히 K기업의 가치를 높게 산다는 의미라고 볼 수 있다.

그도 그럴 것이 글로벌 콘택트렌즈 시장 규모는 업계 추산 2021년 기준 약 16조원, 시장조사 업체 포춘비즈니스인사이트는 앞으로 렌즈 시장이 연평균 5%씩 성장해 2029년 약 19조5000억원에 달할 것으로 예상한다. 이런 시장을 그동안 존슨앤드존슨, 바슈롬 등 4대 글로벌 기업이 사실상 과점(시장점유율 3분의 2 이상)하고 있었다.

그런데 글로벌 시장에 한국의 인터로조, 스타비젼이 등장, 점차 수출, 시장점유율을 늘리면서 업계 판도가 점차 달라지기 시작했다. 다만 최근 증시에서 인터로조 거래 중지(회계법인 감사의견 거절) 사태로 M&A 논의는 잠정 중단된 상태다. 회사 측 논리대로 ‘회계법인과의 시각 차·오해’가 풀린다면 재협상 가능성은 여전히 남아 있다. 업계 관계자는 “해외 유관업계 글로벌 기업의 인수 타진도 있다”면서 “이들 기업이 인터로조의 지분 일부를 블록딜 형태로 사거나 아예 제3자 신주 인수 방식의 유상증자에 참여할 가능성도 충분히 열어놓을 수 있다”고 말했다. 복수의 IB업계 관계자는 “인터로조 입장에서 종전 수출 외에도 자체 브랜드 해외 진출 의지가 강하기 때문에 기업가치를 높게 인정해주는 해외 업체와 지분 스와프 혹은 부분 지분 투자 등 다양한 방안을 열어두면서 검토하고 있다”고 말했다.

스타비젼 역시 기업가치가 최근 9000억원에 달한다는 IB업계 시각에 ‘으쓱’하는 중이다. 아직 비상장이라 기업가치를 평가하기 이르지만 상장사 인터로조가 상각 전 영업이익(EBITDA) 대비 17~18배 정도에 시가총액이 형성되고 있다는 점을 감안하면 스타비젼도 기업가치가 9000억원(영업이익 500억원×18배)에 달할 수 있다는 분석이다.

M&A하기에는 스타비젼이 오히려 인터로조보다 낫다는 시선도 존재한다. 스타비젼은 비상장사인 데다가 대주주 지위가 확실해 협상 테이블에 앉을 상대편이 명확하다. 게다가 현 대주주는 창업주 박상진 대표로 이미 사모펀드에 부분 지분 매각을 해본 경험도 있다. 2018년 박 대표는 VIG파트너스에 1375억원을 받고 스타비젼 경영권 지분 51%를 매각했다. 이 지분을 4년 뒤인 2022년 컨소시엄을 구성, 2100억원에 되사왔다. 박 대표가 경영권을 쥔 후 스타비젼은 영업이익 500억원대 회사가 됐다. 그러다 보니 글로벌 시장에서도 스타비젼을 다시 보게 됐다는 후문.

어떻게 진화할까

K콘택트렌즈 과제는

전문가들은 콘택트렌즈가 헬스케어와 패션 등으로 영역 확장을 꾀할 것이라고 입을 모은다. 이미 대학 연구진은 물론 여러 업체들이 헬스케어용 스마트렌즈 개발에 박차를 가하고 있다. 연세의료원에 따르면 김자영 연세대 의과대학 의공학교실 교수, 이용호 세브란스병원 내분비내과 교수, 박장웅 연세대 신소재공학과 교수, 박원정 연구원, 김홍균 경북대병원 안과 교수, 김정호 경북대 의과대학 연구원, 김주희 한국과학기술연구원 연구원 공동연구팀은 실시간으로 눈물 속 생체 지표를 측정해 정확하게 혈당을 측정하는 스마트 콘택트렌즈를 개발했다고 밝혔다.

증강현실(AR)용 콘택트렌즈도 등장했다. 울산과학기술원(UNIST)은 정임두 기계공학과 교수 연구팀과 한국전기연구원(KERI) 스마트 3차원(3D) 프린팅센터 설승권 박사 연구팀이 공동으로 AR 스마트 콘택트렌즈를 개발했다고 밝혔다. 향후에는 값비싼 AR 스마트 고글이나 안경을 대체할 수 있을 것이라는 관측도 나온다.

패션과 협업도 갈수록 늘어날 것으로 전망된다. 최근 패션 브랜드 오호스가 뷰티렌즈 플랫폼 마이피픈과 협업해 오호스 로고가 새겨진 콘택트렌즈 제품을 선보였는데 시장에 나오자마자 국내외에서 주문이 쇄도했다.

이처럼 콘택트렌즈 시장은 확장 가능성이 무궁무진하다는 평가다. 다만 국내 업체들이 영향력을 키우기 위해서는 치열한 경쟁을 이겨내야 하는 과제가 있다. 국내 콘택트렌즈 시장은 존슨앤드존슨·바슈롬·시바비전·쿠퍼비전 등 4개 글로벌 대형 업체가 70%의 점유율을 차지한다. 전 세계로 범위를 넓히면 국내 업체들이 설 자리는 더욱 좁아진다. 국산 콘택트렌즈는 2000년대 후반 글로벌 시장을 이끌었다는 평가를 받았지만, 최근에는 중국이나 대만 업체에도 뒤처지는 현실이다. 결국 국내 콘택트렌즈 업체들이 지속적으로 성장하기 위해서는 지속적인 투자를 통한 제품 경쟁력 향상이 무엇보다 중요하다는 분석이다. 박상진 대표는 “경쟁에서 살아남기 위해서는 글로벌 기업들의 제품과 겨룰 수 있는 우수한 제품 개발이 중요하다”며 “이를 위해 적극적인 R&D 투자가 더 활성화될 필요가 있다”고 강조했다.

콘택트렌즈의 온라인 판매 이슈가 하루빨리 결론이 나야 한다는 의견도 나온다. 현재 우리나라는 콘택트렌즈의 온라인 판매를 법적으로 금지한다. 이에 정부는 지난 3월 안경과 콘택트렌즈의 온라인 판매를 제한적으로 허용하는 규제 특례를 지정했는데, 최근 헌법재판소가 기존 ‘의료기사 등에 관한 법률’이 합헌이라는 결정을 내놨다. 정부가 추진하는 방향과 반대 목소리를 낸 셈이다. 수년째 온라인 판매를 허용해달라는 인터넷 기업과 이에 반발하는 오프라인 안경점의 갈등이 이어지는 상황이 장기화될 우려가 제기된다. 한 콘택트렌즈업계 관계자는 “최근 윙크컴퍼니가 콘택트렌즈 온라인 판매 등의 의혹으로 검찰 조사를 받기도 했다”며 “온라인을 기반으로 한 업체와 오프라인 기반 업체들의 충돌 장기화는 산업 전체적으로 부정적인 이슈”라고 지적했다.

인터로조 왜 감사의견 거절됐나?
“회계법인과 기업 이견…재심사로 소명하겠다”
콘택트렌즈 클라렌 제조사인 인터로조는 최근 ‘감사의견 거절’로 한국거래소로부터 거래 정지 조치를 받았다. 외부감사인이 470억원이 넘는 재고자산에 의문을 표했기 때문이다. 재무제표상 재고자산과 매출에 대한 객관적인 자료를 입증하지 못해 외부감사인이 의견 내기를 거절한 것. 이에 인터로조는 요건을 갖춘 후 재감사를 받아 일부 오류를 소명하겠다는 입장이다.

인터로조의 회계감사인인 삼일회계법인은 인터로조가 제출한 감사보고서에 감사의견 ‘거절’을 냈다. 인터로조가 연결 재무상태표에 계상한 461억원 재고자산의 일부를 증명할 정확한 증거 자료를 제출받거나 실사에서 확인하지 못했다는 이유에서다. 매출의 일부도 발생 사실을 입증받지 못했다고 밝혔다. 이에 한국거래소는 지난 4월 5일 인터로조의 주식 매매를 정지시켰다.

다만 인터로조는 재무에 문제가 있는 것은 아니고, 해외 매출 인식을 두고 이견이 생겨 발생한 일이라고 설명했다. 인터로조 관계자는 “재심사를 신청해 조금 더 철저한 자료 제출로 ‘적정’ 의견을 받도록 노력할 것”이라며 “최대한 잘 대응해 불필요한 오해를 풀겠다”고 말했다.

[본 기사는 매경이코노미 제2255호 (2024.04.17~2024.04.23일자) 기사입니다]

박수호 매경이코노미 기자(suhoz@mk.co.kr), 문지민 매경이코노미 기자(moon.jimin@mk.co.kr)